우리손 거리화 정리
위상공간이 정칙 하우스도르프 공간이고 가산 기저를 가지면, 그 공간은 거리화 가능하다.
쉽게 말하면, 정칙 하우스도르프 위상공간이면서 가산 기저를 갖는 공간에는 원래의 위상과 정확히 같은 위상을 만들어 내는 거리를 정의할 수 있다.
- 정칙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란, 임의의 점과 그 점을 포함하지 않는 임의의 닫힌집합을 서로소인 열린집합으로 분리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직관적으로는 점과 닫힌집합을 서로 충분히 떨어뜨려 구별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 가산 기저를 가진다는 것은, 가산 개의 기본 열린집합만으로 공간의 모든 열린집합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공간의 전체 위상 구조를 비교적 적은 수의 기본 요소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공간을 제2 가산 공간이라고 한다.
즉, 공간이 충분한 분리 성질을 가지며 위상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다면, 그 공간은 거리의 개념을 이용하여 완전히 표현할 수 있다.
역은 일반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모든 거리화 가능 공간은 정칙 하우스도르프 공간이지만, 반드시 가산 기저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거리화 가능하다는 사실만으로 제2 가산성을 결론지을 수는 없다. 우리손 거리화 정리는 정칙 하우스도르프성과 제2 가산성이 거리화 가능성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임을 말해 줄 뿐, 모든 거리화 가능 공간이 제2 가산 공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정리의 의미
우리손 거리화 정리는 어떤 위상공간이 거리를 이용하여 표현될 수 있는지를 알려 주는 대표적인 정리이다. 다시 말해, 열린집합과 닫힌집합이라는 추상적인 개념만으로 정의된 공간을 거리공간으로 바꿀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한다.
위상수학에서는 처음부터 거리를 정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어떤 집합들이 열린집합인지만 지정해도 공간의 위상 구조는 완전히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긴다.
언제 이러한 위상이 어떤 거리로부터 유도될 수 있을까?
즉, 주어진 위상과 정확히 일치하는 거리함수 $ d(x,y) $가 언제 존재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우리손 거리화 정리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다음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위상공간은 반드시 거리화 가능하다.
- 정칙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다. 즉, 임의의 점과 그 점을 포함하지 않는 닫힌집합을 서로소인 열린집합으로 분리할 수 있다. 이 조건은 공간이 충분한 분리 성질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 가산 기저를 가진다. 즉, 공간의 모든 열린집합을 생성하는 가산 개의 기저가 존재한다. 이는 공간의 위상 구조를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기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면 그 공간은 거리화 가능하다. 다시 말해, 주어진 위상을 정확하게 재현하는 거리가 존재한다.
왜 중요한가? 우리손 거리화 정리는 위상수학과 거리공간론을 연결하는 핵심적인 정리이다. 이 정리를 통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위상공간을 거리공간으로 다룰 수 있으며, 거리, 수렴, 연속성과 같은 개념을 보다 직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 해석학과 물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실수직선, 평면, 유클리드 공간 등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
표준 위상을 갖는 실수직선 ℝ은 우리손 거리화 정리의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한다.
- 정칙 하우스도르프 공간이다.
- 가산 기저를 가진다. 예를 들어 양 끝점이 유리수인 열린구간 전체는 ℝ의 가산 기저를 이룬다.
따라서 우리손 거리화 정리에 의해 실수직선 ℝ은 거리화 가능하다. 실제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유클리드 거리 $ d(x, y) = |x - y| $는 ℝ의 표준 위상을 정확하게 생성한다.
참고. ℝ의 표준 위상에서는 모든 열린집합을 $(a,b)$ 형태의 열린구간들의 합집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점 $ x $가 열린집합 $ A $에 속한다는 것은, 어떤 $ \varepsilon > 0 $가 존재하여 열린구간 $ (x-\varepsilon,\;x+\varepsilon) $가 모두 $ A $ 안에 포함된다는 뜻이다. 이 위상은 유클리드 거리 $ |x-y| $에서 자연스럽게 유도되며, 해석학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위상이다. 따라서 극한, 연속성, 수렴의 개념도 우리가 익숙한 기하학적 의미와 일치한다.
예제 2
이번에는 이산 위상을 갖는 실수직선 ℝ을 살펴보자.
이 공간 역시 거리화 가능하다. 다음과 같은 이산 거리를 정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d(x, y) =
\begin{cases}
0, & \text{if } x = y \\ \\
1, & \text{if } x \ne y.
\end{cases}
$$
하지만 이 공간은 가산 기저를 갖지 않는다. 이산 위상에서는 모든 한원소집합이 열린집합이므로, 기저는 모든 점을 개별적으로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ℝ은 비가산 집합이므로 이러한 위상을 가산 기저만으로 생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예는 정리의 역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즉, 거리화 가능하다고 해서 반드시 가산 기저를 갖는 것은 아니다.
참고. 이산 위상은 집합 위에 정의할 수 있는 가장 세밀한 위상이다. 모든 부분집합이 동시에 열린집합이면서 닫힌집합이 된다. 특히 모든 점은 자기 자신만으로 열린집합을 이루며, 즉 $$ {x} \text{ is open for every } x \in \mathbb{R}. $$ 이다. 따라서 모든 점은 서로 완전히 독립되어 있으며, 위상적으로도 완전히 분리된다. 이산 위상은 개념적으로는 매우 단순하지만, ℝ처럼 비가산 집합에서는 모든 점을 하나씩 구분해야 하므로 가산 기저로 생성될 수 없을 만큼 매우 세밀한 위상이다.